세무조사간다 찔러주고 100만원씩 수시 상납... 동료끼리 뇌물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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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간다 찔러주고 100만원씩 수시 상납... 동료끼리 뇌물공유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10.13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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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의원, 영화를 뛰어넘는 국세공무원 비리백태 공개... 한승희 국세청장 "송구스럽다"
"감사결과 사항을 공개하여 일부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를 한 사실이 공개될 경우 대다수의 납세의무자들에게 성실납세의 분위기를 해하게 되어 국가재정수입 확보에 문제가 발생된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 국세청 공무원 A씨는 카드깡업자에게 위장가맹점 조기경보 발령 정보를 유출하고 정상가맹점 처리를 하면서 20차례에 걸쳐 모두 2350만원의 금품을 챙겼다. A씨는 결국 파면당했다.

# 또 다른 국세청 공무원 B씨는 법인세 재무제표를 수정해주는 대가로 세무법인으로부터 2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가 역시 파면당했다.

# 기업 경영비밀 등 과세정보를 몰래 빼내 경쟁업체에 넘겨주고 세금을 깎아주는 대가로 1억2000만원을 받아 꿀꺽 삼켰다가 토해내고 파면당한 국세청 직원도 있었다.

세무조사 간다고 찔러주고 수시로 100만원씩 상납받는가 하면 업무감사를 청탁받고 뇌물을 받아 동료들끼리 나눠쓰는 정황도 드러났다. 받은 뇌물을 국세청 직원들끼리 공유한다는 말이다.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으로부터 고액의 뇌물 수수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통합시스템의 과세 정보도 향응을 받고 넘기는 등 충격적인 비리 행위가 국세청 내부에서 끊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식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징계를 받은 국세청 공무원이 지난 5년 간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면되거나 해임, 면직 등 공직에서 추방된 사람은 32%(219명 중 7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을 받고 동료들끼리 나눠 갖는 등 비리 백태에 연루된 국세청 공무원 10명 가운데 7명은 국세행정 일선에 복귀해 다시 세무 업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국민들에게 성실납세를 입에 올리고 있다니 국민 입장에서는 참으로 분통이 터지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경기 하남)은 13일 영화를 뛰어넘는 국세공무원들의 비리백태를 공개했다.

그동안 국세청이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제출을 거부해왔던 징계의결서 사본 265건(2015년~2017년 6월)을 국회 최초로 제출받아 직무 관련 범죄 101건을 추출 분석한 결과다.

이 의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과세권력을 활용한 적극적 뇌물 수수와 향응이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무법인 등과 결탁해 세금을 줄여주거나 과세 정보를 대가를 받고 유출하는가 하면 동료 직원끼리 뇌물을 주고 받는 등 충격적인 비위 행위가 만연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현재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6월 현재까지 금품수수·기강위반·업무소홀 등으로 징계받은 국세청 공무원은 68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징계사유별 현황을 살펴보니 △기강위반 400명(58.2%) △금품수수 219명(31.9%) △업무소홀 68명(9.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세청은 금품 수수한 공무원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적발로 인해 징계 대상에 오른 금품 수수 국세청 공무원 129명 가운데 고작 5명(3.87%)만 공직추방(파면)을 당했다. 나머지 124명(96%)은 정직·강등(30명, 23.25%), 감봉(23명, 17.82%), 견책(71명, 55%) 등의 비교적 가벼운 처분만 받은 것.

경찰, 검찰 등 외부 적발의 경우 금품 수수 국세청 공무원(90명)의 무려 72.2%(65명)가 징계 결과로 공직을 정리하고 옷을 벗었다. 이렇듯 금품 수수 국세청 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있어서 내부 적발과 외부 적발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게다가 국세청은 현행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국세청의 비리와 업무해태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은 외부감사 및 자체감사 결과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다.

이에 관세청, 통계청, 조달청 등 대부분 중앙행정기관들은 자체감사 결과 등을 일반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밝히는 비공개 사유도 황당하다.

"감사결과 사항을 공개하여 일부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를 한 사실이 공개될 경우 대다수의 납세의무자들에게 성실납세의 분위기를 해하게 되어 국가재정수입 확보에 문제가 발생된다." (비공개 사유에 대한 감사원에 답변 제출, 2017년 1월)

국세청의 과세업무 과실과 비리를 감추는 이유로 국민을 잠재적 탈세자로 간주하고 국민 탓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자유한국당 이현재 국회의원은 13일 국세공무원의 비리 백태를 공개하고 국세청의 내부 개혁을 강하게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현재 국세청은 문재인 정부의 반부패정책협의회에 한승희 국세청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의체의 목표 중 하나는 바로 부정부패 척결이다.

이현재 의원은 이를 두고 "부정부패 척결대상인 국세청이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비꼬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은 국민들의 성실납세를 강요하고 사정의 깃발을 들기 앞서 철저한 내부개혁으로 현재 주먹구구식 감사기능을 전면 쇄신해 부패 근절을 실천해야 할 것"고 촉구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국민께 송구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내부 개혁과 직원들에 대한 청렴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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