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아먹는 썩어빠진 마사회 책임져라
책임 못지면 문을 닫든지 회장이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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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아먹는 썩어빠진 마사회 책임져라
책임 못지면 문을 닫든지 회장이 물러나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8.02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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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박경근 유족, 오열하며 마사회에 격한 감정... "죽음의 경주 멈춰라"
"더 이상 죽이지마라! 노동자 피로 얼룩진 죽음의 경주를 멈춰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죽음을 부르는 마사회의 과다한 업무량과 착취구조에 항거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필관리사 박경근씨(40)와 이현준씨(37).

2004년 입사해 13년차 마필관리사인 박씨는 지난 5월 27일 새벽 부산경남 경마장 안 마구간에서 자결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의 유품에는 "ㅈ같은 마사회'라고 적혀 있었다. 마사회에 대한 평소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역시 2004년 마필관리사로 입사한 이현준씨는 8월 1일 새벽 6시께 진해의 한 농장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인력 충원 없는 과도한 업무와 건강상의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한다.

"더 이상 죽이지마라! 노동자 피로 얼룩진 죽음의 경주를 멈춰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두 마필관리사의 유족 등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사회 경영진 퇴진 △죽음 방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촉구했다. 고인이 된 두 사람 모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윤관석 민생상황실장, 박주민·신동근·송옥주 국회의원 등이 함께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이현준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박경근씨의 어머니 등 유족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엉엉 소리내어 울었고 아들을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먼저 발언에 나선 이현준씨 어머니는 "마사회, 정말 공기업 맞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현준씨는 팀장의 병가기간(5~6개월) 중에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본인의 기승조교업무에 추가해 팀장의 업무까지 인계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

팀장은 6월 1일치로 업무에 복귀했으나 이현준씨는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말을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다. 이 때문에 과다한 업무량과 건강상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어머니는 "팀장이 해야 할 일을 왜 우리 아들에게 맡기느냐, 팀장이 없으면 조교가 해야지 왜 마필관리사에게 맡기느냐? 사람 죽이는 짓이 공기업이 할 짓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두 달이 넘도록 아들의 장례절차와 보상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박경근씨의 어머니는 마사회를 향해 더욱 격정적으로 울며불며 소리쳤다.

어머니는 마사회가 여전히 아들의 죽음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마필관리사가 없으면 마사회가 어떻게 1년에 8조원을 벌 수 있느냐"며 "8조원을 버는 마사회 최고의 기술자인 마필관리사에게 고작 11만원(일당)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특히 마사회를 향해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마사회가 문을 닫든지 회장이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발언대를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마사회에 대한 격한 감정과 노골적인 분노는 발언 내내 이어졌다.

그는 "어떤 사유로 사람이 죽었는지 파악을 먼저 해야지 시원한 데 앉아 있으면 다냐"며 "책임을 못지겠으면 문을 닫든지 물러나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아들이 항상 '썩어빠진 마사회' '사람 잡아먹는 마사회'라고 했다. '갑질이 너무 심한 곳이라고 했다"며 "마사회가 내 자식을 잡아먹었다"고 다시 울부짖었다.

마사회는 국내 경마산업을 관장하며 해마다 2000억원 이상, 지난해에만 2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말을 관리하는 마필관리사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경마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임금체계로 상시적인 불안정에 시달린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는 직접고용이 아닌 마사회-개인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간접고용으로 마필관리사들을 손쉽게 착취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참담하다"며 "마사회는 얼마나 더 죽어야 죽음의 경주를 멈출 것이냐"고 물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마사회의 착취 구조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6월 17일 렛츠런마크 서울(과천 경마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마사회는 죽음의 다단계 착취 구조를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위).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박경근씨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아래). (사진=공공운수노조)
ⓒ 데일리중앙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마필 관계자 운영과 관련 실태조사, 제도 개선 과제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신속히 진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어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안타까운 사안에 대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함은 물론 조속한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국공공운수노조와의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13개 요구안 가운데 10개는 타결했고 쟁점으로 남아 있는 서너 가지도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마사회는 지난달 25일, 27일, 28일, 30일 등 10여 차례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섭을 진행했다.

핵심쟁점은 해고자 복직, 집단교섭 보장, 임금삭감 없는 인력 충원, 열사 명예회복 및 유족 보상 등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빨리 협상을 타결짓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을 하겠다는 것이 마사회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남아 있는 몇 가지 쟁점도 서로 시간을 갖고 얘기하면 빠른 시일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임금 저하 없는 인력 충원과 관련해 "예산이 수반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서로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말해 노조와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끝으로 "(이번 사건 관련한)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를 할 것이고 정말 어떤 원인에 의해 죽음을 선택했다면 그에 대해 마사회가 책임을 지고 유족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의 태도에 따라 이 사건이 정치권으로 비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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