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7돌 기념식 열려...광주시민들 "세상 바뀌었다"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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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7돌 기념식 열려...광주시민들 "세상 바뀌었다" 감격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5.18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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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기념사에 30여 차례 박수... 1만여 명, '임을 위한 행진곡' 감동 무대
"5.18정신을 계승해 정의로운 국민통합시대를 열겠습니다.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반드시 담겠습니다. 5.18 광주의 명예를 지키고 역사를 기억하겠습니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5.18광주항쟁 37돌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전국에서 모여든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9시57분 대통령이 민주의문 앞에 도착하자 수천명의 시민들이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외쳤다.

오전 10시4분 KBS 정유나 아나운서의 사회로 드디어 5.18기념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가 있고 대통령의 헌화 분향이 있자 1만여 명은 다시 문재인 대통령에 집중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는 대통령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봤다.

"5.18정신을 계승해 정의로운 국민통합시대를 열겠습니다.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반드시 담겠습니다. 5.18 광주의 명예를 지키고 역사를 기억하겠습니다."

이어 5.18광주민중항쟁 열흘 간의 경과보고 있고 대통령의 감동적인 기념사가 이어지자 광주시민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을 떠올린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누구는 감격해서 눈물을 글썽였고 또 어떤 사람은 대통령을 향해 "멋있다"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대통령은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이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섰고 광주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민주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또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은 오랜 시간 은폐되고 왜곡되고 탄압받았지만 서슬퍼런 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걸음씩 나아갔다"면서 "광주의 진실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다"고 밝혔다.

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고 연설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며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이라고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5.18광주항쟁 37돌 기념식에서 절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를 읽은 뒤 눈물을 흘리는 유족을 안아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청와대)
ⓒ 데일리중앙

감격한 1만여 명의 민주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고 대통령을 연호했다.

곳곳에서 "세상이 달라졌다"고 감격해 했고, 또 다른 한편에선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외쳤다.

대통령의 연설은 계속됐고 함성과 박수가 매 순간마다 쏟아졌다.

5.18광주항쟁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이는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헬기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

대통령은 아울러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또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며 "5.18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기념식장은 떠나갈 듯 시민들의 함성에 뒤덮였다.

대통령은 잠시 숨을 가다듬은 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멋지십니다" "동의합니다" "문재인!"을 잇따라 소리 높이 외쳤다.

오월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이어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다"며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받들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고독한 결단을 해야 하거나 새로운 각오가 필요할 때는 팽목항에 들러거나 광주 5.18민주묘역을 찾곤 했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대통령은 5.18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목숨을 걸었던 젊은 넋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저는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대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 달라.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국민과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했다.

대통령은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다.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고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헸다"고 오월광주와 촛불시민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며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숨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5.18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는 13분 간 이어졌으며 30차례 이상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민들은 반응했다.

대통령의 기념사 뒤 '감동' '감격'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올 정도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명 연설이었다는 평가다.

▲ 18일 5.18광주항쟁 37돌 기념식이 끝난 뒤 대통령이 민주묘역을 참배하는 동안 기념식에 참가한 1만여 시민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은 9년 만에 현직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감격했다.
ⓒ 데일리중앙

이어 광주시립합창단 등의 기념공연이 있었고 가수 전인권씨의 상록수 열창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마지막 순서로 5.18기념식의 하이라이트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10시51분 사회자가 모두 일어서서 민중의 노래, 광주항쟁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손에 손을 맞잡고 불러 달라고 하자 대통령을 비롯한 1만여 시민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리 높여 불렀다.

문 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국가원수로서는 지난 2008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광주민중항쟁 37돌 기념식장에는 '아침이슬' '상록수'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잇따라 울려 퍼졌다.

대통령은 기념식을 마친 뒤 묘역을 둘러보며 5.18 영령들의 묘소를 참배하고 11시19분께 5.18민주묘역을 떠났다.

▲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광주항쟁 37돌 기념식에 참가해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국민의당)
ⓒ 데일리중앙

그때까지 1만여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민주의문 앞에서 대통령을 배웅했다.

한편 이날 5.18 37돌 기념식에는 민주당에서 추미애 대표 등 국회의원 90명, 국민의당과 정의
당에서도 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 시민들과 함께 자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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