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173채 소유자도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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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173채 소유자도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안 내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6.09.3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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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양자 제도의 문제점 상징적으로 보여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정상화 시급"
▲ 국회 보건복지위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은 30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정책이 바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서울에 사는 양아무개(40)씨는 주택 173채(공동명의 포함)를 갖고 있으면서도 건강보험료는 한 푼도 안 낸다. 이러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다.

연소득 3000만원 넘는 8만8817명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명단에는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도 183만869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양자 제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징적인 사례다. 

고소득자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논란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올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30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중 주택 소유 상위 100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택을 100채 이상 가진 사람은 3명, 50채 이상 소유자도 47명이나 된다.

주택 40채를 소유한 사람이 100위에 이름을 올렸고 상위 100명이 총 5303채의 주택을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한 푼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의 경우 재산에 대한 기준이 ▷형제자매는 과표기준 3억원 ▷부모와 자녀는 9억원이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과표기준 금액이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는 실제 재산이 약 15억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등재될 수 있다.   

그러나 지분율 쪼개기 등을 통해 자녀와 형제자매가 많은 주택을 소유하고도 피부양자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부자들은 현행 건강보험료 체계의 이러한 맹점을 악용해 보험료를 축내고 있는 것이다.

김광수 의원은 "연소득 7926만원인 사람, 주택을 173채 소유한 사람이 보험료 한 푼도 내지 않고 피부양자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현행제도는 극히 비정상"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정책이 바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정부는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불합리하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개편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사실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보면 다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언제 어떻게 구체적으로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쪽은 이러한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날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며 "계속 정부에 건의드리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새누리당은 검토만 하다가 유야유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정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이라 어쩔 수 없다"고 정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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