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긴급환자를 수술불가 병원으로 후송 후 사망... 진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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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긴급환자를 수술불가 병원으로 후송 후 사망... 진상 촉구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08.30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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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수술 필요한 맹장염 환자를 5시간 만에 수술... 국방부 "부검결과 나오면 입장 밝힐 것"
▲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는 30일 "맹장염에 걸린 군의 현역 하사가 '수술할 수도 없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시간을 지체해 뒤늦은 수술과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군이 긴급 수술이 필요한 장병을 엉뚱하게 수술이 불가한 병원으로 후송해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해 야당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부검 결과가 나오는대로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공식회의에서 "오늘 믿을 수 없이 처참한 사건을 공개하고자 한다"며 "맹장염이라는 흔한 병에 걸린 군의 현역 하사가 '수술할 수도 없는 병원'으로 후송되고 시간을 지체해 뒤늦은 수술과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하게 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맹장염은 한 해 10만명이나 수술을 받는 흔한 병으로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으면 회복이 가능한 질병이다.

정의당이 유가족에게 확인한 데 따르면 철원에서 근무하던 성아무개 하사는 지난 17일 자대 의무대에서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충수염'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철원에서 포천에 있는 국군 제1병동으로 후송하는 데 40여 분이 걸렸고 여기서 X-레이, CT 촬영 등 검사를 하느라 2시간이 소요됐다. 국군 제1병동에 왔을 땐 이미 환부가 터져 '천공성 충수염' 진단이 내려졌다.

즉시 수술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지만 국군 제1병동은 8월 12일부터 내부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수술실이 폐쇄된 상태였다.

군은 고통을 호소하는 성 하사를 다시 앰뷸런스에 태워 성남시 분당에 있는 수도통합병원으로 2시간에 걸쳐 후송했다. 결국 의무대를 떠난 지 5시간여 만에야 수술이 이뤄졌다.
 
그런데 수술 후 사흘 만에 환자에게 급성폐렴이 발생해 군은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위탁진료를 보냈다. 서울대병원에서 폐렴치료를 받던 중 '장협착증’이 추가로 발생해 성 하사는 지난 25일 장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6일 성 하사는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가족에 따르면 성 하사가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고 급성폐렴에 걸려 민간병원으로 긴급하게 후송됐을 때도 군은 가족에게 일절 연락하지 않았던 걸로 알려졌다. 병상에 누워 있던 성 하사 본인의 연락을 받고서야 가족들은 사고를 인지했다고 한다.

이에 심상정 대표는 "참으로 참담한 사건이다. 군의 무성의와 안일함이 성 하사를 죽였다"고 분노했다.

심 대표는 "이래서는 자식들을 마음 놓고 군에 보낼 수 없다. 이래서는 군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충성심을 갖춘 강군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안보는 가짜안보다.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국방부 장관과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가리고 군의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성 하사의 유가족은 현재 빈소가 차려진 수도통합병원 장례식장에서 군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성 하사의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유족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히고 "어제 분당
병원(서울대병원)에서 성 하사의 부검이 있었다. 9월 초에 부검 결과가 나오면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족들의 주장을 못믿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당시에 성 하사를 진단했던 의료진 사이에는 다른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과학적인 인과관계 설명을 위해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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